푸른통영21추진협의회가 동피랑, 연대도, 강구안에 이어 또 하나의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속칭 ‘야마골’ 로 오르는 계단과 그 언덕을 대상으로 근현대의 추억을 테마로 야심찬 계획에 돌입했다.
중장년의 남정네들이라면 그 아흔아홉 칸의 계단을 떠올리며 ‘푸훗’하고 웃음을 뱉을 지도 모른다. 뚝지먼당으로 가는 길 양옆에 빼곡한 옛 가옥들은 뱃사람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윤락촌이 있었고 집집이 붉은 알 전구로 밤을 밝히던 곳이다.
지금은 대부분 다 허물어지고 조악한 시멘트 구조물 몇 개가 잡초더미 속에 남아 지난날의 굴곡진 역사를 말해주고 있고 배고프고 속 쓰리던 시절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도시마다 한 곳쯤은 가지고 있는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애써 감추고 싶은 근현대 문화의 산물이다.
굳이 한글로 표현하자면 산골이 되는 언덕마을 ‘야마골’의 눅눅한 기억에 햇살을 비추고자 한다. 축축한 기억과 곰팡내 나는 옛날이야기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웃음과 즐거움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우게 하고자 여전히 남아있는 99계단을 주제로 서피랑 먼당에 오르는 산책로를 잘 다듬어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골목으로 부활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새 마을 만들기 주제는‘서피랑 99계단 이야기’ 다.
주제 1. 99계단에 레드카펫을 깔아라
중세 유럽에서 빨간색 천은 가장 비싼 천이었다. 서민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급문화의 상징이었던 것. 모직 10kg을 붉게 염색하기 위해서는‘케르메스(연지벌레)’라는 곤충이 14만 마리나 필요했기 때문에 귀족이나 왕족만이 누릴 수 있는 색깔이었다. 또한 ‘빨간색 = 권위’라는 이미지 때문에 레드 카펫은 ‘최고의 환대’라는 뜻이 담기게 된 것이다.
지금은 국제 및 국내 영화제에서 주연급 배우들만 밟고 지나갈 수 있는 화려한 영광의 깔개로 그 의미가 쓰이고 있다. 가난과 애환의 슬픈 걸음을 걸었던 70년대 전후의 누이들을 기억하면서 이제 다시 마을의 부활과 희망을 향한 전환점을 위해 레드카펫을 그 자리에 깔아보고자 기획한 것. 통영 99계단의 한가운데를 널찍하게 채색, 관통하는 레드카펫은 그 의미가 한층 더 깊을 것이다.
붉은색의 화려함. 태양과 열정을 강조하는, 어둠 대신에 빛을, 저물어가는 동네에 밝은 희망의 등불을 번지게 하는 의미가 담길 것이다. 수의 9는 맨 끝, 꽉 찬 수를 의미한다.
첫 계단부터 끝까지 1부터 99번의 숫자가 계단마다 한쪽에 작품으로 그려진다. 단정하게 혹은 비뚤게, 더러는 뒤집어진 채, 선걸음으로 넉넉하게 읽을 만한 크기로 제작된다. 숫자는 시작 계단을 99하고 맨 꼭대기를 1로 거꾸로 새겨진다.
한 계단마다 한 숫자씩 빼면서 오르게 하는 이유는 안 그래도 힘든 인생길, 숫자 하나씩의 무게를 비워가며, 줄여가며 오르다 보면 힘도 덜 든다는 나름의 의미다.
가위바위보를 하든, 그저 묵묵히 걸어 올라보든 꽉 찬 수, 9가 쌍으로 만나는 아흔아홉 계단을 걸어 올라가 볼 일이다. 나머지 하나는 본인이 채우게 될 듯. 1차년도 사업이 완성되고 다음 해 봄이 오기 전, 그 계단을 다 오르면 작은 무대 하나가 기다리고 있고, 사랑의 종 두 개가 기다리고 있어 댕댕 마주 소리 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꼭짓점에 대한 컨셉트는 여전히 연구 진행 중이다. 도시미학 전문가들과 다시금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획기적이며 신선해야 할 것이므로. 이 길은 곧장 서피랑 벼락당 산책길로 연결되며 통영 강구안의 정경을 새롭게 내려다볼 수 있는 숨은 뷰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주제2. 그리고 스토리텔링
이야기들이, 특히 명정골이 낳은 박경리 선생의 작품 중의 한 대목, 혹은 님의 시가 원고지 모양의 간판으로 잘 만들어져서 긴 계단의 오름을 전혀 지겹지 않도록 내용을 채울 예정이다.
99계단 레드카펫을 지나 ‘통영이야길’을 따라 걷다 보면 통영 시내와 통영항의 둥근 곡선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쭉지먼당’에 도착할 것입니다. 서포루가 다리를 쉬고 가라고 말을 걸 것이고, 건너편에 북포루의 작은 정자가, 동쪽으로 동피랑이 알록달록 색을 입고 마주 보이는 절경이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작은 볼거리들을 아기자기하게 제공하여 또 하나의 통영 마을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엮어나갈 것이다.
![3IMG_4195[1].JPG](http://www.tynews.kr/data/cheditor4/1307/839d097fce521a75e804b93730c8f72d_ALXkf3nHWP9KtCjZDkgyxPf4hoPQ.JPG)
![사본 -IMG_4440[1].jpg](http://www.tynews.kr/data/cheditor4/1307/839d097fce521a75e804b93730c8f72d_QJzACS3twWJHT6kb4I3OnBC7Qvl8B58k.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