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강구안 골목에 엉뚱한 백석 시인의 詩가 도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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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수기자
작성일 14-04-09 20:11
작성일 14-04-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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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통영21’ 강구안 골목프로젝트가 원례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여론과 졸작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푸른통영21’에서 강구안 골목에 걸려 있는 백석의 시들을 찾아 인증 사진을 찍어 오면 3만 원 상당의 도서를 선물로 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가 오히려 비수로 돌아오고 있다.
보도를 보고 자녀와 함께 재미 삼아 강구안 골목을 찾은 한 씨는(정량동 42세) 실망감을 금지 못했다며 제보를 해왔다.
새로 단장했다는 강구안 골목을 둘러본 한 씨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였다. 그는 “도대체 뭐가 바꿨단 말인가? 바뀐 것이라고는 도로에 이해하지 못할 문양으로 깔려 있는 보도블록뿐이다. 통영시민들이 그 골목을 살펴보고 제발 냉정한 평가를 해주기 바란다.”며 혀를 찼다.
또 “평소 좋아 했던 백석의 시를 찾는 미션이라 해서 재미있을 거라 여겼지만, 백석의 시는 싱겁게 골목 구석구석에서 너무나 싶게 발견됐다. 골목 전체에 17편 정도 내 걸린 시는 어이가 없게도 모두가 백석의 시였다. 한마디로 어떤 특정시를 찾아라가 아니라, 백석의 시가 걸렸으니 몇 개인지 새어보고 오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롱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마치 백석이 이 골목과 깊은 사연이 있는 듯 착각이 들게 할 뿐 아니라, 백석의 시를 알리기 위해 강구안 골목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 같은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떠하기에 저렇게 실망감을 표하는가? 싶어 직접 강구안 골목을 구석구석 누볐다. 직접 둘러본 강구안 골목은 떠들썩하던 내용과는 분명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골목 입구마다 철재 안내판과 강구안에서 바라보며 대형물고기 한 마리가 마치 색다른 무언가 있는 듯 유혹한다. 그러나 골목을 들어서면 한 씨의 말대로 기대만큼의 실망감을 선사했다. 그 철재 안내판 내용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거북선과 판옥선이 건너다보이는 아름다운 통영항 그 중심에 의한 강구안 골목은 과거, 통영의 명동이었습니다. 골목 곳곳에 통영의 근현대 문화와 역사가 집약되어 있어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 무엇보다 소통의 장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던 활기 넘치던 곳이었어요.
지금도 수십 년 된 맛집,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삼대를 이은 식당, 농어촌의 손발이 되는 대장간의 풀무가 여전히 이 골목에 살아 있습니다. 윤이상의 악보가 작품으로 탄생하여 사람들을 반깁니다.」
이 문안을 읽고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대부분이 “이게 뭐야?”를 외쳤고 돌아 나오는 길에 다시 표지판을 보고 싱긋이 비웃었다.
그 골목엔 56개 정도의 업소가 있다. 저마다 현대 역사의 한 사연을 품었다는 큼직한 나무문패를 하나씩 달고 있다. 한 씨는 그 문패 내용을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그 문패의 내용대로 라면 5대째 사는 자신의 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평범한 서민식당이 17개 업소, 유흥업소로 분류할 수 있는 유사한 업소가 10개, 숙박업소가 4개, 미용실 3개, 그 외 기타 업종들이고 그 중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시선을 끄는 곳은 삼성공작소 한 곳이 유일하다.
“통영의 명동으로 근현대건축물과 근대문화의 자락이 남아 있으며 이러한 오래됨과 다양성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이 문안이 ‘푸른통영21’에서 떠드는 말이다.
그런데 그 문안과 어울리는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궁여지책으로 표지판만 만들어 붙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여타 도시의 변두리에 가면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고 뭔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다고 말한다.
동피랑 같은 우연한 성공을 기대했을까? ‘푸른통영21’의 소개대로 저마다의 역사를 자랑하는 집들이 뭔가 품고 있어야 하고 뭔가 다른 느낌을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그 속엔 옛 일본식 건물에 외벽만 살짝 고친 집들도 많다. 차라리 그것을 알렸으며 더 좋지 않을까? 그것이 그곳 건물들의 특징이다. 일본식 건물들이 공존하는 근대 역사의 현장이라고 말이다. 침략당한 역사도 역사니까.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백석이 전체를 차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데없이 백석이 왜 등장했을까? 궁핍한 마음에서 나온 아이디어라 여겨 진다. 대략 17편 정도의 백석의 시가 판넬에 인쇄되어 시선이 닫지 않는 골목 구석에도 걸렸고 간판 옆 쇠창살 옆에도 걸렸다. 어쩌면 백석이 모욕당하고 있다는 느낌도 스쳤다. 과연 백석과 강구안 골목이 어울리는 코드인가? 하는 질문이 던져진다.
그 골목을 주름잡고 다녔을 청마와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박경리는 어디에도 없다. 표지판에서 운운했던 윤이상은 철제 악보와 함께 사람이 그다지 다니지 않는 골목 한편에 숨어있었다.
기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청마가 통영문화협회 후배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셨을 그런 모습이나,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중섭, 악보를 끼고 고뇌하며 한 잔 술을 마시는 윤이상, 그런 벽화나 조형물이 대형 제작비를 들인 물고기 한 마리보다 낫지 않을까?
그 골목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이라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왜 이 나라 문학계를 주름 잡은 통영의 문인도 아닌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이라는 광고판이 거기에 있어야 한단 말인가?
마치 백석의 시를 도배 해놓은 변명을 걸어 놓은 듯했다. ‘하지만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이란 문구는 통영의 명동이었다고 강하게 말하는 '푸른통영21'의 주장에 비추어 보거나 통영의 중심지였다는 그곳에 백석의 시가 주제가 될만한 이유나 명분은 찾을 길이 없다.
취재 도중 주관 단체의 책임자가 백석을 시인 중에서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었다. 사실이라면 배꼽을 잡을 일이 아닌가?
다시 이런 명분을 제시해 본다.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시가 김춘수의 ‘꽃’이고 전국 시낭송대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가 청마의 시고, 청마의 시를 가장 낭송하기 좋은 시로 전국 시낭송가들이 뽑았다면 명분이 될까?
백석이 전체를 차지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없지만, 백석의 시가 걸리면 안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백석의 시가 그 골목 전체를 차지하는데도 백석과 통영의 인연에 대한 설명은 없다. 통영을 소재로한 유일 한 시는 ‘통영2‘란 시다. 그 시화 아래 조그만 글씨로 짧은 '천희'에 관한 주석을 단 것이 전부다.
백석과 통영의 인연은 백석이 짝사랑한 명정골의 난이라는 여인을 찾아 통영에 두 셋 차례 다녀간 것이 인연이고, 사랑한 여인을 만나지 못한 심정을 통영의 풍경과 함께 장문의 시로 남겼다. 이 대목이 아쉽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깃거리로 확대 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백석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이다. 백석이 강구안 골목에 난이의 소식을 묻고, 통영 사람들이 처녀를 ‘천희’로 발음하는 것을 잘못 알아듣고 자신의 시에 그렇게 ‘천희’ 라 옮겨 적은 스토리텔링도 그 골목에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백석이 난이를 향한 스토리는 공공연히 많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 주변의 협조를 구했다면 시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구사할 만한 내용을 볼 거리로 내 걸 수도이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통영 유명 문인들의 작품과 전국의 우수 시인들의 작품을 골고루 배치하고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어떤 작가의 무슨 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시오.” 라든지도 좋을 것이고 대장간을 비롯한 누비가게 등의 상시 체험 코너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기자는 취재 중 강구안 프로젝트에 심도 있는 고민이 아쉬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울러 동피랑이 가져다 준 성공에 너무 자만하거나 안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동피랑의 성공 비결은 ‘푸른통영21’의 노력도 있겠지만, 기자는 운도 따랐다고 말하고 싶다. 동피랑이 가진 위치적인 특이함도 있고, 육체적 노동을 투자해가며 체험한 동피랑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둘러본 현대인의 감정에서 나오는 여유와 동정심이 이야기를 만들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호기심을 남기며 입으로 전해졌다.
특히 운이 따랐다고 말하는 것은 동피랑의 성공은 시대적으로 급변하는 개발정책에 반하는 서민들의 반항과 시대적 정치적 사안이 맞물려 있었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무자비한 도시개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고조되던 시기에 동피랑이 탄생했다.
운이 따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작금의 시절에는 동피랑을 흉내낸 어느 도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뒤 받침 되고 있다. 한마디로 바람을 탓다. 푸른통영21의 판단은 그시기에 적중했다.
그런 점에서 강구안 골목 프로젝트는 뒤 이야기가 어떻게 전해지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하루 빨리 새로운 대안을 구상하지 못하면 단순히 조금 깔끔해 진 거리로 빗 좋은 개살구처럼 유명무실해 질것이 자명해 보인다.






